나의 이스마엘
나의 이스마엘나의 이스마엘 - 10점
다니엘 퀸 지음, 박희원 옮김/평사리

나는 내가 망쳐버릴까봐 걱정이다. 나의 이스마엘의 줄리가 `다 망쳐버렸다`라고 하지만 실제로 망쳐버린 것은 나 자신이고 지금도 또 이 책의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까 염려하고 있다. 이럴때는 그냥 말없이 이 책의 추천을 하는 것만으로 짧게 끝내는 것이 좋을텐데 말이다.
그런데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고릴라와 손잡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넣은 책의 표지는, 물론 이스마엘과 줄리의 모습이겠지만 소설로 분류되는 이 책은 판타지 혹은 아름다운 동화, 자연주의에 대해서만 기대를 하며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집어들게 해 적잖이 당황스럽게 하는 부분이 있다. 이것을 좋다 나쁘다라는 말로 판단할수는 없는 것이지만 솔직히 나는 첫장을 읽으며 많이 혼란스러웠다. 생각보다 훨씬 깊이있는 글이 담겨있어서 말이다.

열두살의 줄리, 열두살이라는 나이는 그 자신의 말처럼 차를 훔치거나 낙태를 할 수도 있고 마약도 할 수 있는 나이이다. 우리가 어린애,라고 치부해버리는 나이지만 성인이 행하는 모든 행동이 가능하고 그만큼 생각과 판단에 책임을 질수도 있어야 하는 나이이기도 한 것이다. 어린애가 아닌 인격체로서말이다.
그리고 나는 어린애가 뭘 알아? 라는 내 속마음을 들킨 것 같은 부끄러움으로 줄리의 이야기에 빠져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빠가 안계시고 알코올중독자인 엄마와 생활하는 줄리는 ˝세계를 구하려는 진지한 열망을 가지고 있어야 함˝이라는 신문 광고를 보고 고릴라 이스마엘을 찾아가게 된다. ˝인간이 사라지면 고릴라에게 희망이 있을까˝라는 구절이 쓰여있는 허름한 벽, 도시 한복판에 있는 건물의 105호실. 그곳에서 살고 있는 이스마엘과 줄리의 만남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나의 이스마엘>은 승자독식의 극단적인 폭력성과 지구 자원 고갈이란 인류와 지구 생명체의 절명 위기가 어디에서 연원한 것인지를 추적하고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철학적인 책이다. 지구의 자연에서 얻게 되는 식량을 누군가 독차지하게 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식량창고에 자물쇠를 채우기 시작하게 되며, 이로 인해 지구에서의 비극이 시작되었음을 인식하게 하고 있다.
˝육십억에 달하는 너희 문화 사람들은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세상을 먹어치우기 시작하는데, 그건 하룻밤 찬바람을 쐬어서 걸린 병이 아니야. 치료라는 건 효과가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하는 식의 해결법이지.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화학요법은 암세포를 죽일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어. 너희는 지금 자신을 치료한답시고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노닥거릴 시간이 없어. 너희는 다르게 살아가는 법을 받아들여야 해. 그것도 지금 당장. 서둘러야 한다고!˝(227)

차를 훔칠수도, 낙태를 할 수도, 마약을 할 수도 있는 열두살의 나이인 줄리가 ˝당신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네요. 형편없는 거짓말장이예요... `너는 어린애야. 아무에게도 쓸모가 없지. 십년 뒤 다시 오거라. 그때쯤이면 아마 내가 너에게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지` 이렇게 솔직히 말하라고요˝라는 말을 내뱉았을때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런 줄리와 이스마엘의 만남과 이스마엘의 가르침은 환상적인 동화이야기도 아니고 아름다운 우정이야기도 아니고 지금 당장, 우리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정신없을 때 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 끝을 내버려서 진중하게 잘 읽었다고 말할수는 없다. 훗날 다시 읽어봐야하는 책이 되었지만 이스마엘의 가르침은 두고두고 곱씹어 생각하고 우리 삶의 변화를 실천해야 함을 깨닫게 해 주고 있다.




http://lifewithu.egloos.com2011-12-17T16:44:570.31010
by island | 2011/12/18 01:44 | 트랙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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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도서출판 부키 at 2012/04/27 11:20

제목 : 사회 분야 _ 『아까운 책 2012』 강인규, 김낙..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검은 혁명가 맬컴 엑스], [콘크리트 유토피아], [군대를 버린 나라], [캠버스 밖으로 나온 사회과학], [커넥팅], [나의 이스마엘], [나는 사회주의자다],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교육 불가능의 시대]등 모두 11권의 책을 2011년 '아까운 책'으로 추천해 주셨습니...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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