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vs. 언쟁 -  조제희 지음/들녘(코기토) |
"논쟁에서는 사실을 기반으로 현실을 정교하게 복원하는데 필요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265) 언젠가 책을 읽다가 요즘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거나 말을 할때 뜻을 분명하게 밝히는 문장을 명확하게 쓰지 않고 '-같아요'라는 어미를 쓰고 있다며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쉬운 예를 들자면 좋은 것을 '좋아요'라고 표현하지 않고 '좋은 것 같아요'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 글을 읽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 역시 일상생활에서 '-같아요'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주 쓰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처럼 내가 쓰고 있는 말에 신경을 쓰지 않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말버릇처럼, 논쟁 vs 언쟁이라는 책을 읽기 전에는 사실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당신은 지금 논쟁을 하고 있는가, 말싸움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마주하고 보니 이제야 논쟁이라는 말뜻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얼핏 생각해보기에 논쟁이라는 것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며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 들어가고, 말싸움은 아무런 근거없이 논리적인 비약을 하고 자기 감정만 앞세우며 자기 주장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논쟁과 언쟁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되면서 조금씩 논쟁을 하기 위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준비와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고,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한쪽이 옳고 그르다는 걸 판가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더 설득력있게 연설하는 것 역시 논쟁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마침 얼마 전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을 읽다보니 뭔가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같은 통계수치를 보면서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는 정반대의 결론을 도출해내고, 한가지 사실에 대한 결과를 바라보는 관점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또 다른 것이었다. 나중에야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는데 똑같은 사실을 보면서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은 관점의 차이와 세계관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예를 들고 있지만 4대강 개발이라는 것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찬/반이 갈리고, 한미 FTA 역시 어느 입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익과 손해가 생겨나고 그럼으로써 찬/반이 갈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할 때, 자신의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청중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그들의 의식수준과 성향 등 여러가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좀 더 자신의 주장에 동의하게하는 논리적인 설득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목소리만 높이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 국회에서 볼 수 있는 말싸움인 것이리라.
"알지 못하면 제대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수 없다. 논쟁은 온전한 자신을 청중/독자에게 보여주는 행위다. 주장만 할 줄 아는 논쟁자, 무식쟁이 논쟁자에게도 설 자리를 허락해서는 안된다. 작가/연사는 주장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구체적인 예를 들고, 이따금 적절한 미사여구도 사용하면서 청중/독자에게 믿음을 주어야 한다. 마음을 실어 진실을 말해야 한다. 믿음을 주지 못하면 연사가 무슨 말을 해도 청중/독자는 이를 허상으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팔팔 뛰는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 읽고 또 읽어야 한다. 경험도 많이 해야 한다. 읽고 난 후 얻은 지식과 정보는 나의 생각과 가치관, 철학이 되어 내가 말하고 글을 쓸 때 확고한 근거와 기초와 밑받침을 제공해준다. 그리고 상대방이 "왜? 어떻게?"라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때 성심성의껏 대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도울 것이다."(289-290) 우리 모두에게도 필요한 말이기는 하지만 특히나 공청회, 국정감사, 국회청문회.... 말싸움에 몸싸움까지 싸움만 일삼는 국회의원들에게 '논쟁' 교육이 필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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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lifewithu.egloos.com2011-12-07T08:48:28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