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숨 쉬러 나가다숨 쉬러 나가다 - 10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한겨레출판

도대체 왜?
우리네 인생에서(인간의 삶 일반이 아니라 바로 이 시대 이 나라에서의 삶이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지 못한다. 늘 일만 하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다. 농장 막일꾼이나 유대인 재단사도 늘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를 끊임없이 이런저런 백치 같은 짓만 하도록 내모는 악마가 우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중요한 일 말고는 무엇이든 할 시간이 있는 것이다. 당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당신이 살아오면서 그 일을 하기 위해 실제로 보낸 시간이 당신 인생에서 차지하는 몫을 계산해보라....(118-119)

나는 조지 오웰이 그의 글을 통해 하고자 하는 말에 대해 진지하게 귀기울여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아니 사실 1984년도에 청소년기의 한때를 보낸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그해에 유행했던 조지 오웰의 1984년을 읽어봤을 것이다. 냉전의 시대에, 특히 이념과 체제가 다르고 남북으로 나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공산주의 독재체제에 대한 비판서로 권장도서가 되었으니. 물론 당시 내게 가장 기억이 남았던 것은 사회주의체제의 획일화라든가 자유와 인격의 말살이라던가 하는 것이 아니라 이름도 잊어버린 주인공이 가장 무서워하는 쥐를 들이대는 것으로 가장 극심한 공포를 느끼게 했던 부분이다. 가끔 내가 그런 일을 겪는다면 절대로 못견딜것이라는 패배감과 두려움에 숨막히게 하곤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지 오웰에 대해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다가 동물농장에 담겨있는 우화와 은유가 그저 단순히 사회주의 독재체제를 비판하는 자본제사회의 선전도구가 아니라는걸 깨닫게 되었다.
조지 오웰의 글들을 읽어보면 그가 얼마나 현실에 대한 인식이 정확하며 그를 바탕으로 미래의 세계를 살다 간 사람처럼 한세기 후의 이 세상의 모습과 똑같은 세상을 그려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숨쉬러 나가다]는 좋은 남편이자 아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평범한 중년의 뚱보 보험 영업사원이 아내 모르게 생긴 17파운드를 들고 혼자 일탈의 일주일을 지내며 겪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별 불만없이 살아가지만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틀에박힌 일상의 쳇바퀴에서 스트레스로 괴로워하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조지는 비자금으로 생겨난 17파운드를 들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결국 어린시절에 살았던 고향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보냈던 어린시절의 추억, 낚시질을 하던 추억의 한편으로 비밀 연못에서 혼자 보았던 거대한 물고기에 대한 기억은 그로 하여금 다시 한번 더 그곳에서의 그 느낌을 느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 것이다.

문득 30여년전의 내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나 역시 배고픈 다리에서 물장난하며 놀던 추억, 끝없이 길게 이어지는 길에 늘어진 수양버들은 해가 질 무렵이면 산발한 귀신처럼 무서워지곤 하던 기억도 난다. 지금은 그 모든것을 덮어버리고 복개천이 생겨났고 일차선이던 그곳은 4차선이 되어 집과 상가가 들어서버렸다. 예전엔 몰랐는데 지금은 왜 그리도 어릴적의 그 무섭기만 하던 수양버들이 그리워지는지...
조지가 어느 날 훌쩍 떠난 여행길에서 나는 자꾸만 내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조지가 느낀 세상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현실에서의 내가 자란 환경도 똑같이 변해갔다. 소규모의 지역 상권은 거대자본을 등에 업고 들어온 대규모 시장에 먹혀 사라져가고 현대화라는 명목하에 세상은 오로지 개발 또 개발되어가지만, 우리의 삶은 점점 더 고립되어가고 불안해져만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닥칠것은 무엇인가? 게임은 정말 시작되었나? 우리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세계는 영영 사라져버린 것일까? 그리고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얻게 되었다. 옛 시절은 끝나버렸고, 그걸 다시 찾으러 다닌다는 건 시간 낭비일뿐이었다. 로어빈필드로 돌아가는 길은 없다. 요나를 다시 고래 뱃속으로 집어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 생각을 따라오시리라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이제 분명히 알아버렸다. 오랫동안 로어빈필드는 내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 동할 때 다시찾아 볼 수 있는 한적한 구석에 감춰져 있다가, 마침내 다시찾아보니 사라져버린 존재였다. (321)



http://lifewithu.egloos.com2011-05-08T15:01:400.31010
by island | 2011/05/09 00:01 | 트랙백(1) | 덧글(1)
트랙백 주소 : http://lifewithu.egloos.com/tb/275071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책읽는 엄마의 보석창고 at 2011/07/17 21:59

제목 : 숨 쉬러 나가다. 조지오웰
우리 주변에 걸어다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실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도 들었다.우리는 심장이 멎어야 비로소 죽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다소 자의적인 판단 같다.우리 신체의 일부는 심장이 완전히 멎은 뒤에도 작동을 완전히 멈추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이를테면 머리카락은 몇 년이 지나도록 계속 자라는 것이다. 인간이 정말 죽는 것은 두뇌 활동이멈추는 때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관념을 받아들일 힘을 잃어버릴 때 말이다.포티어스가 그렇다. 학......more

Commented by 김정수 at 2011/07/17 21:59
어제도 과거이듯이.. 지난것이 사라지고 없어진다는 것은 참.. 어찌보면 허무한 기분이 드는 것 같습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