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면 올 것은 온다. 견디느냐 못 견디느냐의 차이뿐.
한창훈의 향연한창훈의 향연 - 10점
한창훈 지음/중앙books(중앙북스)

왜 하필 한창훈의 '향연'이야?
한창훈의 작품집 '나는 여기가 좋다'를 읽고 난 후였기에 어쩐지 '향연'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들렸다. 아, 그런데 이 책은 소설집이 아니라 그의 산문집이다. 그렇다면 그는 향연을 베풀만한 넉넉함과 즐거움으로 이 책을 썼다는 뜻일까? 나는 글을 평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글을 즐겁게 읽으면 되는 사람이니까 이 한권의 책으로 즐거움을 누린다면 딱 그만큼 좋을뿐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기대를 잔뜩하며 책을 펼쳤다.
-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한창훈의 글에 넘쳐나는 진솔한 삶의 풍경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바닷내음이 한편으로는 비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런 느낌으로 빠져들게 해 버리기 때문에 약간은 긴장하며 책을 펼쳤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한창훈의 향연은 삶의 풍경에 대한 관찰자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모습에 대한 풍경묘사자의 글이다. 자신에 대해, 가족과 친구에 대해, 가끔은 동료작가들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털어놓는 이야기들이 어쩌면 한번쯤은 웃고 넘길 수 있는 일화,로 소개될법한 그런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탈탈 털어놓고 다음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고만 있는 것 같다.
예전에 나는 이런 삶의 진솔함이 묻어나는 글에서 비릿함이 느껴지면, 글을 읽은 후 끈적이며 달라붙는 그 삶의 모습들이 힘겨워 그리 좋아하지 않았었던 것 같다. 읽고 잊어버리고, 또 다시 읽고 잊어버리고.
그런데 이제는 왠지 그 비릿함이 내 마음을 일깨워주는 상큼함을 동반하는 것 같아 스스로 이상하게 생각하게 된다. 끈적거림이 싫었었는데 그것 또한 나의 어느 한 귀퉁이를 찰싹 달라붙게 하는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 생소하기도 하다.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일화들중에서 예전같으면, 뭐 이런 경우들이 다 있냐며 툴툴거리고 말았을 것을 이제는 그저 허허거리며 그런 삶도 있는 것이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역시 내 삶의 세월이 오래되었기 때문인 것일까.
그의 소설집처럼 입에 쩍 달라붙는 맛은 없지만, 소설만큼이나 재미있고 진짜 그의 삶이 묻어나는 산문집이기에 때로는 킬킬거리며 읽을 수 있어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것으로 만족하면 된거지. 그럼!





http://lifewithu.egloos.com2009-11-06T09:07:250.31010
by island | 2009/11/06 18:09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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