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 여자친구 -  김연수 지음/문학동네 |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앟는 것, 그게 핵심이다"(316, 작가의 말 중에서)
김연수 작가의 책을 읽은 후 가장 강렬하게 남은 느낌은 그런것이다. '나는 이제부터 김연수 작가의 팬이 될 것이다'라는 것. 그가 쓴 이야기들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면에서 그의 말대로 '우리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건네는 이야기속에서 나와의 연결고리를 찾고 절망하지 않는 희망을 찾아보게 된다. "우리가 그 세계를 증언할 수 없다는 것은, 그러니가 그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했다. 하지만 또한 우리는 그 모든 것을 망각할 수도 없었다."(198)는 말처럼 수많은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진실은 무엇으로 기억해야 할까? 고문치사 사건, 용산참사, 9.11 테러, 라스베가스의 권투시합... 등등등 이땅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과 상대적으로 독립되어 있는 듯 하면서도 각각의 사건과 서로 연관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사건의 당사자만이 이야기의 핵심에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커다란 사건들의 핵심이 사건 그 자체에 있다면, 사건에 대한 보도자료의 중심에는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이야기들, 진실보다는 사실이 더 크게 확대될뿐일것이다.
하지만 그는 달로 간 코미디언에서 "고통에 대해서 직접 말하는 건 소설이 아니고, 에세이죠. 소설은 단지 작가가 아는 고통을 이야기로 만드는 행위입니다."(232)라는 이야기를 한다. 타인을 이해할수는 없지만 그의 고통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로 소설이며 김연수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인 것이다.
단편 하나하나를 읽어가다가 문득 누군가가 김연수 작가에 대해 이야기한 말이 떠올랐다.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유명 작가의 글에서는 천박함이 느껴지지만, 김연수의 글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그 누군가의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지금은 알수있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글들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지. 인생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면서 젊었을 때는 몰랐던 일들을 깨닫게 됐으니까. 그때마다 이야기는 달라지기 시작했어. 아마도 가장 최초에 쓴 글이 그 일에 관해 가장 진실된 기록일 수 있겠지만, 그 진실이 합리적이라고는 볼 수 없어. 합리적이라면 아마도 내가 마지막으로 쓴 이야기가 되겠지.(222) 결국 인생이란 단 한 번 씌어지는 게 아니라 매순간 고쳐지는 것, 그러니까 인생을 논리적으로 회고할 수는 있어도 논리적으로 예견할 수는 없다는 것.(224)"이라 한다면 이미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는 우리의 기억은 우리의 노력에 의해 달라질 수 있으며, 또한 수많은 삶의 모습을 바꿔나갈 수 있는 것이리라.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316)
|
http://lifewithu.egloos.com2009-11-03T14:56:51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