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리틀 비리틀 비 - 8점
크리스 클리브 지음, 오수원 옮김/에이지21

한 소녀가 있다. 고향을 떠나, 아니 떠났다는 말로는 그 여정을 표현하는 것이 너무 짧다. 그녀는 죽음의 추격자들에게 쫓겨 고향에서 도망쳐야 했고 살기 위해 고국을 떠나 낯선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평화로운 안식을 얻기 전에 다시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고국으로 쫓겨나야 했다. 그녀에게 희망은 있는 것인가.
이 책은 이런 끔찍하고 비극적인 현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이 기록문학이 아니기에 그녀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또 다른 소녀 리틀비를 주인공으로 하여 진실을 보여주는 이면에 가느다란 희망 하나를 담아내고 있어 씁쓸한 안도감으로 문학을 읽어낼 수 있다.

나이지리아의 공업화되어가는 고향에서 일어난 살육을 목격한 자매가 추격자에게 쫓기고 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정글에서 죽음의 추격전이 일어나고 있는 그때, 관광지로 개발된 나이지리아의 아름다운 해변에는 깨져가는 부부관계를 되돌려보기위해 휴가여행을 온 칼럼니스트와 기자인 오루크 부부가 풍경에 심취해있었다. 대조적인 두 사건만큼이나 강렬하게 그들은 서로에게 단단히 얽혀 이야기는 진행된다. 두 자매 중 동생인 리틀비와 기자인 새라 오루크의 이야기가 서로 얽혀 그날 그들에게 일어났던 이야기를 풀어내준다.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그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관심을 갖게하는 것뿐 아니라 사건의 전모가 하나씩 밝혀지면서 그 안에 담긴 진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얄궂게도 얼마전 아홉시 메인뉴스에도 나올만큼 우리에게도 큰 이슈가 된 이주노동자 추방사건이 있었다. 그는 단지 한국이라는 나라에, 한국의 남산타워라는 그리 유별나지도 않을 건물에 매혹되어 홀연단신 고향을 떠나 한국으로 왔다. 한국에 사는 이십여년의 기간동안 그는 불법체류자가 되었지만, 공개적인 행사의 강사로, 진행자로, 초대손님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했다. 그렇지만 그는 결국 쫓겨나야만 했다. 불법이민자들은 그렇게 쫓겨나고 추방당해야 하는 사람들인가.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얼마 전, 우연히 들은 뉴스에서는 프랑스의 난민촌이 경찰의 급습으로 무너지고 그 안에 남아있던 여자들과 어린아이가 대부분인 난민 이천여명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곳은 영국으로 넘어가려는 난민들이 통상적으로 두어달을 머무르던 곳이라고 했다. 그들이 고국으로 추방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밀항을 통해 영국으로 간 리틀비는 2년동안 난민 수용소에 갇혀있다가 정식입국이 아닌 불법 체류자로 수용소를 나와 나이지리아의 그 해변에서 만났던 새라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들에게 일어났던 그날의 일이 회상을 통해 밝혀지고 새라와 리틀비는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가는데...
이것으로 자신의 원래 이름을 버리고 리틀비가 되어버린 그 나이지리아 소녀는 행복하게 되었을까? 나이지리아 소녀를 만남으로써 삶의 모습이 뒤틀려버린 새라도 행복을 찾게 되었을까? 이 책이 동화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상을 꿈꾸기에 나는 현실의 비극을 너무 잘 알고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한국을 찾아 왔던 미누가 추방당하고, 난민촌이 철거되고 죽음과 기아가 기다리는 고향으로 쫓겨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완전한 끝은 아니다.
"이야기가 하나뿐이면 넌 약해질 수밖에 없어. 하지만 수백 개의 이야기를 모으게 되면 넌 강해지는 거야. 네가 살던 마을에 일어났던 일이 수백 개의 마을에도 벌어진 일이라는 걸 보여줄 수만 있다면 우리한테 힘이 생기는 거야. 너와 같은 일을 겪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야만 해. 그걸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만들어야 하는 거야."(393)
그렇게 우리는 이야기를 사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한 인간으로서 다른 한 인간에게 주었던 그 찰나의 존엄성을 보냈다. 늦은 오후의 가장 고요한 순간이란 결국 이것이었다. 나는 찰리에게 미소를 보냈고 이제 나는 자유로울 수 없다 하더라도 이 아이는 자유로울 수 있을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삶은 이제 이 아이의 마음속에서 고향을 찾는 것이다. 그건 슬픔이 아니었다. 내 심장은 나비처럼 가볍게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난 생각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내 마음만은 죽지 않고 살아남았어. 더 이상 달아날 필요가 없는 마음. 세상 돈 전부를 합친 것보다 소중한 나의 마음. 그 마음의 진정한 고향은 바로 인간이야. 이런 나라, 저런 나라에 살고 있는 인간을 말하는 게 아니야. 내밀하고 저항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야말로 바로 내 마음의 고향이었던 거야. 나는 찰리에게 미소를 보냈고 인간이 살고 있는 세상의 희망이 한 사람의 영혼 속에서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알았다. 이거 참 기막힌 재주인걸. 이런 걸 바로 세계화라고 하는 거지." (411)

http://lifewithu.egloos.com2009-10-29T04:07:160.3810
by island | 2009/10/29 13:09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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