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  최영미 지음/문학동네 |
"기나긴 탐색끝에 나는 깨달았다. 여행은 삶의 복사판이다. 하룻밤에 50유로가 넘는 호텔방에서 편히 쉬지 못하는 자신을 응시하며, 나는 알았다. 별3개와 싸구려 숙소를 쉬지 않고 왕복하는 여행방식을 내가 바꾸지 못한다면, 나는 내 인생을 바꾸지 못한다. 숨김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글쓰기를 고집하는 나를 고치지 못하듯이. 별 하나에 깨끗한 호텔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접지 못하는, 나는 현실 감각이 모자라는 낭만주의자. 그래서 그토록 방황했었다."(75)
삶은 여행,이라는 말을 해댔으면서도 문득 이 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같은 의미의 말이지만 왠지 최영미가 이야기하는 '여행은 삶의 복사판'이라는 말에 대한 설명은 좀 더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처음 그녀의 모습이 찍혀있는 표지를 보면서 '아, 내가 그녀에게서 느꼈던 이미지와는 좀 다른 듯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읽고 이 날의 그녀 모습은 특별함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나서 다시 한번 그녀의 표정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그 잠깐 사이에 어색함이 사라져버리고 이젠 익숙해지기까지 하다. 글을 통해 저자의 모습을 온전히 알 수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글에서 받은 느낌 역시 저자의 일부분일 수 있기에 내가 받은 느낌 또한 그녀의 일부라고 믿으련다.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라는 제목만으로 작가가 쓴 여행산문집이라 믿고 괜히 가슴 설레이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이국의 낯선 풍경도 없고, 여행길에서 헤매이며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없고, 여행지의 정보도 없다. 내가 기대했던 그녀의 여행기와는 다르다. 아,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한 장 한 장 글을 넘기며 읽다보니 금세 글을 다 읽어버리고 있다. '정말로 좋은 것은 왜 좋은지 모르는 법이다'(220)라는 그녀의 말처럼 나 역시 이 책이 왜 좋은가 말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니, 나는 그녀와 달리 이 책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해 왜 좋은가 말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언젠가 나도 여행가방을 꾸리고 내가 걸어보지 못한 곳으로 가 내 삶의 새로운 모험을 꿈꿀뿐이다. 지금까지 길을 잃고 헤매게 될까 두려워 길을 나서지 못하였었는데, 어쩌면 그것이 진짜 여행이 되고 진짜 삶이 될지도 모르리라는 생각이 들기에.
"여행은 짧은 시간에 우리를 성숙시키고, 또한 파괴시키기도 한다. 지루하더라도 내가 하루하루 일상을 견디듯이, 힘들더라도 나는 모험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지금, 살아있다는 것처럼 치사하고 고귀하며 흥미로운 우연을 나는 모르므로."(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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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lifewithu.egloos.com2009-10-15T08:52:160.3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