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도 안나푸르나에서는 사랑이다
잘 있나요? 내 첫사랑들잘 있나요? 내 첫사랑들 - 10점
이종국 지음/두리미디어

"삶은 계속되고
인생은 여전히 아름다울 것입니다.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한 말이죠.
할 수 있는 사랑이 너무 많습니다."

결국 책을 다 읽을즈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서둘러 책을 놔버리고 애써 괜찮은 척 책상 앞에 놓인 모니터만 노려보고 있었다. 만일 혼자 있는 곳에서 이 책을 읽었다면 소리없이 한참을 그렇게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외로움도 안나푸르나에서는 사랑이고, 삶은 계속되고 있으며 인생은 여전히 아름다울 것이다...

이 책은 여행에세이라고 하지만, 모두의 기대처럼 네팔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네팔의 아름다운 풍경이 책안에 가득 담겨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어쩌면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책일뿐인지도 모른다. 낯선 땅으로 일때문에 떠나갔던 저자가 운명처럼 한 여인을 만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다시 네팔을 찾게 되고, 사랑하는 여인의 진심을 알게 된 후 그는 그 사랑의 운명에 얽매이지 않고 그곳에서 또 다른 그만의 사랑의 삶을 살게 된다. 그의 운명은 그곳에서 만난 인연들을 통해 삶의 모습 자체가 바뀌고, 할 수 있는 사랑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저자가 만난 네팔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버거워하지 않고 그 안에서 언제나 해맑게 웃으며 살아가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워 눈이 부시다. 책을 읽다 울컥해져버린 내 마음은 그저 그들이 잠시 겪어야 했을 슬픔이 안타까워서, 꿋꿋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워서 그랬을뿐이다. 단지 연민일뿐일지도 모르지만 사람에게 측은지심이 없다면, 그런 삭막한 마음으로 어찌 이 세상을 살아가겠는가. 마음이 너무 서걱거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찬미는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저자가 신혼부부의 네팔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다큐멘타리를 제작하기 위해 떠난것이었고 그로 인해 한 여인을 운명처럼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딱 그부분까지만 읽으면 책을 너무 사적인 이야기로 쓴 거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 사실 에세이 자체가 사적인 이야기를 담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불평을 쏟아낸 것은 두 사람의 연애와 사랑이야기가 봄바람처럼 꽃향기를 품고 살랑거리며 자랑질을 할 것 같은 예감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치사하게도 그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에 시기심을 불태우려 하다니.
그런데 '잘 있나요? 내 첫사랑들'은 그렇게 살랑거리는 봄바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할 수 있는 사랑이 너무 많다'고 이야기한 그의 말을 이제야 이해하고 깨닫는다.
어떻게 깨달음에 이르게 되었는가는 여러 설명이 필요없다. 그저 잠시 짬을 내어 이 책을 읽기만 한다면 바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에세이도, 연애감정이 가득 실려있는 사랑이야기도 아니다. 아니, 그 모든것을 다 담아내고 그 위에 더욱 넘쳐나게 네팔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고, 그 인연들을 사랑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이 아름다운 건, 저자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사랑을 남김없이 다 퍼주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저자만이 네팔에서 만난이들에게 사랑을 베풀어줬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랑을 주었고, 상대방이 주는 방식대로 그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은 굳이 길을 떠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다. 그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행복해질 수도 있겠지만, 낯선 길에서 사람을 사랑하여 여행을 멈춘 사람은 마음이 따뜻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들 모두의 앞날에 따뜻한 미소와 행복이 놓이기를...



http://lifewithu.egloos.com2009-08-07T14:50:190.31010
by island | 2009/08/07 23:50 | 트랙백(1)
트랙백 주소 : http://lifewithu.egloos.com/tb/241217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잘 있나요? 내 첫사랑들 at 2009/09/24 23:53

제목 : 내 생애 가장 따뜻한 저녁 식사
그 날도 일곱 살 서스띠와 함께 집 앞에 앉아 산띠(아이의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른답지 못한 나는, 또 감기에 걸려 콜록콜록 따가운 기침을 하고 있었다. 무릎에 턱을 괴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서스띠가 갑자기 발딱 일어섰다. “마마(외삼촌), 배고프죠? 제가 밥 해 드릴게요.” “밥? 할 줄 알아?” 방 옆으로 난 좁...more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