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난다면, 그들처럼.
희망을 여행하라희망을 여행하라 - 10점
이매진피스.임영신.이혜영 지음/소나무

'공정여행 가이드북'이라고 되어있는 이 책은 왠지 재미없게 보였다. 희망을 여행하라,고 하지만 여행은 결코 무겁게 떠나는 것이 아니라 가볍고 즐겁게 떠나야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더욱더 두툼하고 무거워보이는 공정여행 가이드북이 재밌어보이지는 않는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여행에 대한 즐거운 상상'이랜다. 도대체 이 책에는 무엇이 담겨있길래?

이 책은 공정여행에 대한 안내서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공정여행을 시작할 수 있는지, 내가 살고있는 이곳에서 공정여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다가 세계평화, 인권, 동물권, 지구환경, 기아와 난민에 대한 문제까지 깊이있게 생각하게 하고 있다.
진정 우리가 해야하는 것은 관광이 아니라 여행이며, 여행이란 것은 단지 나만의 즐거움을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풍요로움과 나눔을 위해 떠나는 것임을 성찰해보게 하는 것이다.

만남이 있고, 서로에 대한 깊은 존중이 있고, 서로에게 배움이 있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공동체가 되는 것이 바로 공정여행의 뜻이 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며 이 책을 펼쳐들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 여행이라는 것은 낯선 공간에서 낯선이들과의 만남이 있게 마련인데, 그 만남이라는 것이 서로에 대한 존중과 문화를 이해하려하고 그들 각자의 삶을 배우려고 하는 자세는 모두가 공동체 안에서 한데 어우러져야 보일 수 있는 것이기에 그들의 그런 어우어짐의 이야기가 흥겨웁고,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의 일들이 괜한 미소를 짓게 한다.

공정여행 가이드북이라는, 안내서임을 자처하는 부제가 딸려있는 만큼 이 책은 공정여행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 그러니까 방법적인 측면뿐 아니라 여행지와 여행경로, 숙박시설도 안내를 해주고 공정여행을 할 수 있는 지침과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안내가 '새로운 여행' '깊이보기' '공정여행 팁'이라는 작은 꼭지로 묶여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또한 여러가지 활동과 인터넷 까페나 블로그 주소를 통해 지금 현재에도 어떠한 일들을 하고 잇는지, 어떤 자원봉사가 필요한지 확인하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찾을수도 있다.

아니, 괜히 이렇게 거창하게 얘기하지 말자.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바로 나 자신이 떠났던 여행에 대해 떠올리며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저 재밌으라고 호텔방에서 나올 때 찾기 어려운 곳에 팁을 숨겨놓기도 했었고 당연히 청소를 해 주는 것이기에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타올도 꺼내어 쓰곤 했었다. 그곳 노동자들이 얼마나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지 생각해본적도 없고, 지역공동체와 지역경제를 위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싸게 여행을 가볼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것을 구경할까, 이국적인 물건을 좀 더 저렴하게 폼나게 구입할 수 없을까...온통 그런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여행을 하면서 인권을 생각하고 세상의 평화와 지구의 환경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사실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면서 포터들이 짐을 나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나 역시 그들은 고산지대에서 생활을 해서 고산증같은 것은 걸리지도 않는 천하무적인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만일 내가 그곳을 간다고 한다면 무조건 저렴하게 고용(!)할 수 있는 포터를 찾았을 것이다. 소위 말하는 명품 쇼핑에는 돈을 아낄 생각을 하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여행을 하면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못해봤고, 내 나라에서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인권과 정의를 찾을 생각은 더더구나 못해봤다. 부당한 착취가 있고, 동물 학대가 있고,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면 당연히 그것을 시정하라고 요구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지도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정여행이라는 것은 반드시 내가 떠나야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도 생각해보게 된다. 공정무역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그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며,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공동체의 후원자가 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왠지 나와는 거리가 먼, 특별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 공정여행이겠거니 생각했었는데 비용이 더 든다해도 그들이 일한만큼의 정당한 보수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비용을 절감하려하지 않는 것, 지역공동체에 경제적인 도움을 주게 된다는 생각으로 여행지에서는 거대자본이 투입된 곳이 아니라 지역 시장을 이용하는 것, 지구환경과 생태보존을 위해 낭비를 줄이는 것 등이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공정여행의 시작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인권, 경제, 환경, 정치, 문화, 공동체의 나눔의 부분에서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굴 아저씨의 카페 이야기라든가 쓰리시스터즈 트레킹, 팔레스타인지역에서 만난 이스라엘 사람 세라와의 짧은 만남, 티베트 난민들과의 감격적인 만남, 평화를 추구하는 팔레스타인 올리브 농장 사디와의 인터뷰, 간디학교 학생들의 여행체험 이야기등 다양한 형태로 씌어진 많은 이야기 꼭지들은 깊이있는 여행에세이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http://lifewithu.egloos.com2009-07-06T16:09:420.31010
by island | 2009/07/07 01:09 | 트랙백(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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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일다의 블로그 소통 at 2009/08/04 19:49

제목 : ‘착한 여행’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
공정여행 가이드북 대학 시절을 떠올리면, 방학 때마다 친구들은 외국으로 여행을 가곤 했다. 배낭여행이라는 명목으로 부모님께 지원을 받아 유럽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인도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이렇게 외국여행을 자유롭게 다니는 친구들도 있었던 반면, 또 다른 친구들은 외국에 나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꺼리기도 했다. 경제적인 빈곤 때문에 여행을 사치스럽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해외여행은 다른 세상.....more

Tracked from 심장은 탄환을 동경한다 at 2009/08/05 16:48

제목 : 참된 가치를 존중하는 새로운 여행
희망을 여행하라 - 공정여행 가이드북 _ 이매진피스 이혜영, 임영신 / 소나무 ‘공정무역’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꽤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만 약간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공정무역이 꽤나 익숙하게 사용될 즈음에 ‘공정여행’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또 듣게 되었다. 역시 어색하다. 뭔가 좀 더 그럴듯한 이름이 없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런 고민을 해봤다. 글쎄, 새로운 존재(혹은 개념)에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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