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은 언제까지나 타오르리라.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이라도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 8점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이룸

"잠이 오지 않아 괴로운 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모닥불을 둘러싸고, 한자리에 있으면 된다. 한밤중부터 이른 아침까지. 이 사회가 모두 잠들어버린 가운데, 모닥불 불빛 아래 무수한 그림자가 한자리에 모여 있으면 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이야기하고, 듣고 싶은 사람은 듣고, 이야기하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은 사람은 입을 다물고, 그냥 그곳에 있으면 된다. 모닥불은 언제까지나 타오르리라.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이라도"(111-112)

우울한 인생이라고 느끼는 이에게 위안이 되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위안은 없을 것이다. 특히나 우울한 인생에게는 더욱더...
하지만 이처럼 모두가 모닥불을 둘러싸고 한자리에 모여 있으면,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거나 기대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마음이 가는대로 한자리에 함께 앉아서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기만 한다면, '모든'것이 다 우울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인 나는 고아로 보육원에서 자랐고 교도관으로 일하고 있다. 보육원 동기인 친구는 어느 날 자살을 해버렸고, 친구가 보내 온 일기장 - 자살전까지 쓰던 일기장을 읽으며 삶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된다. 소설에서의 에피소드는 크게 주인공인 나 자신의 삶과 교도관으로서 체험하게 되는 일상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존재의 의미, 삶의 부조리, 선과 악에 대한 고찰뿐만 아니라 사형제도에 대한 양면성과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인간의 잔혹함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인간의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는 죽음을 앞둔 이들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재촉하는 이의 진심과 상처에 대해 잠시 읽던 책을 덮고 생각해보게 된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죄를 뉘우친 이에게 사형제도는 필요한 것이고, 그에게 행해지는 사형은, 결코 살인이 아니라 정의일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모든 죄를 뉘우치고 구원을 바라지만 결국 사형이 집행되는 순간 평정심을 잃어 살려고 발버둥치는 사형수를 붙잡고 기어이 목숨을 빼앗는 것은, 법이라는 무기를 갖고 국가가 개인에게 행하는 또 다른 폭력과 살인일지도 모른다.

"현재라는 건 어떤 과거도 다 이겨버리는 거야. 그 아메바와 너를 잇는 무수한 생물의 연속은, 그 수십억 년의 끈이라는 엄청난 기적의 연속은, 알겠냐, 모.조.리. 바.로. 지.금.의. 너.를. 위.해. 있.었.단.말.이.야"(157)라는 말을 통해 삶의 존재가치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우울한 밤을 이겨낼 수 있게 된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한마디로 끝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인 교도관이 담당하고 있는 야마이 류지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우주에서 완전히 혼자, 어두운 곳에서 홀로 죽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외로움에 떨고 있다 우연히 마주친 여인을 뒤쫓고 결국은 부부를 살해하게 되었고 그에 대한 죄값으로 사형선고에 대한 항소를 하지 않으려 한다. 사람을 죽인 사형수인 자신이 좋은 책을 읽어도 되는지, 예술을 접하고 웃고 울고 괴로워할 권리도 없는 것은 아닌지... 그런 마음조차 자기 자신만 생각하고 있다고 하면서 야마이 류지는 주인공인 나에게 쓰는 편지의 끝에 당신이 나의 '형'이었으면 좋겠다고 쓴다.

가족이 해체되어버리고, 사랑이 서로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물처럼 그 의미가 변질되어가버리고,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포기하고 온갖 죄악을 저지르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거짓말을 일삼는 현대 사회의 암울한 모습 속에서 희망은 있는 것일까?
저자는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이라도, 모닥불은 언제까지나 타오르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해도 인간은 그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거'(162)라고 말하고 있다.
http://lifewithu.egloos.com2009-04-21T14:20:460.3810
by island | 2009/04/21 23:20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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