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과 용서의 올바른 사용법
증오의 기술증오의 기술 - 8점
가브리엘 뤼뱅 지음, 권지현 옮김/알마

'여기서 말하는 용서란 가해자에 대한 용서가 아니다.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으면서 죄의식을 느끼는 자기 자신에게 해야 하는 참으로 어려운 용서다'(16)

당당히 미워하라. 모든 이를 사랑으로 대하고, 용서해야 한다는 것은 일부는 맞는 말이지만 일부는 틀린 말이다. 이유없는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것이 나 자신에 대한 화해와 용서이다.
오래전에 '상처와 용서'라는 책을 쓰신 송봉모 신부님의 강의를 들었던적이 있다. 그때 그분은 보기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오르고 미움이 생겨나는데 그러한 상대를 단지 용서해야 한다는 의무감 하나만으로 다가서려고 하지 말라고 했었다. 자신의 마음에 평화가 생겨나지 않고 용서하고 싶은 마음보다 미움이 더 앞서는데, 단지 예수님께서 사랑하고 용서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성인군자처럼 그 미움의 대상에게 다가가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하시는 말씀에 한편으로는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되나? 싶었는데 이 책 '증오의 기술'이 바로 그러한 마음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물론 이 책은 단지 이러한 내용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첫번째 장은 근친상간에 대한 것이었고 좀 더 전문적이고 원론적인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심리상태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다. 뒤어어 가학적이고 이기적인 가해자, 혹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해자가 되어버린 무고한(어린 자식을 낳고 세상을 떠나게 된 부모의 경우 같은)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의 심리와 그들을 증오하고 싶은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자기자신을 벌하게 되어 용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증오하고 미워하는 마음에 대한 죄책감이, 상대방을 용서해줘야 한다는 마음이 자기 스스로 용납이 안되는 상태에서 무의식중에 상대방을 용서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탓하게 되는 것이 스스로를 희생양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의 잘못으로 인해 내가 못견디는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그것은 진정한 사랑과 용서가 아니라고 한다.
타인의 죄를 대신하여 고통받는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 혹은 인류애적 사랑을 실천하는 성인(聖人)을 본받아 따르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우리는 미워할 줄도 알고, 때로는 모든 것을 용서하지 않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한 미움과 증오가 정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좀 더 자신을 사랑하고 의식적으로 죄악을 행하는 가해자의 잘못을 멈추게 할수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다 해주려고 하는 동료에게 마구 화가 났던 적이 있다. 선약은 우리가 먼저였지만 그 동료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자기 혼자 좀 더 바쁘게 왔다갔다 하면서 희생하면 되는거라고만 생각을 하는데다가 화를 내는 나에게 오히려 힘든 건 자긴데 왜 화를내냐며 기분나빠했다. 우리가 해야하는 일은 단지 그 동료가 제공하는 교통수단만이 아니라 두세시간동안 노력봉사도 해야하는 것이었는데, 자신의 인력은 생각지도 않고 휭하니 가버리게 되었다는 것은 깨닫지 못하는 그에게 최대한 화나는 것을 자제하면서 얘기를 했지만 소귀에 경읽기였다.
타인의 부탁을 거절못하는 사람들을 순하고 착하다고들 말하지만 무엇하나 제대로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이래저래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 정말 싫은데, 다들 '착해서 그래'라고 말하면 정말 답답하기만 했었는데 왠지 이 책을 읽고 있으려니 앞으로는 정말 당당히 화를 내고 미워하는 마음을 드러내도 괜히 착한 사람을 미워한다는 죄책감에 빠지지 않게 될 것 같아 숨통이 좀 트이는 듯 하다.


http://lifewithu.egloos.com2009-03-21T13:53:270.3810
by island | 2009/03/21 22:53 | 트랙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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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 간이역, 꿈꾸는 식물 at 2009/04/04 13:35

제목 : 당신의 증오는 정당하다-'증오의 기술'
증오의 기술 가브리엘 뤼뱅 지음, 권지현 옮김 / 알마 이 책을 신청할때 썼던 내용이다. 우리의 사회는 용서라는 말을 가해자가 먼저 말하고 다닌다. 하지만 그 용서라는 것은 피해자가 했을 때만 가능한 것이다. 또 미움이라는 것도 가해자가 자신의 죄값을 치루게 한 피해자에게 가져서는 안되는 마음이다.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미움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은 당연한 거고 어쩌면 용서보다는 그것이 순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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