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 지음/푸른숲 |
이 책을 받기 전에, 나는 이 책이 얼마나 근사한 책인지에 대한 엄청난 기대로, 두근거리는 설레임으로 미칠 것 같았다. 맘에 들어버린 표지와 그보다 훨씬 더 맘에 드는 인턴뷰어들. 정말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라는 제목과 맞물려 이 책에 소개 된 열한명의 인터뷰어들이 이야기할 그들의 책에 대한 걸 떠올리면 그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책은 어떤 느낌으로 읽혔고, 또 내 삶에 있어 그 책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라는 것들이 무척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데... 아니다. 예상하고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이 책에는 인터뷰를 한 열한명이 풀어놓는 그들의 삶과 그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책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니었다. 책의 첫번째를 장식한 진중권씨 인터뷰 내용이 뭔가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다른데?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벌써 그에 대한 꼭지가 끝나버렸다. 처음엔 정말 이건 아니잖아, 라는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이왕 진중권씨 얘기로 시작하고 있는거 계속 그에 대한 이야기로 해야겠다. 처음 나의 두근거림 섞인 기대는 진중권이 이야기하는 진중권의 삶에 결정적인 책 이야기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건 진중권과 인터뷰하면서 느낀 전혜윤의 독서 에세이인 것이다. 진중권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책 이야기가 본인의 입에서 나온 것보다 그와의 대화에서 전혜윤이 느끼거나 떠오르게 된 책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가끔은 본인의 인용이 나오기도 한다. 그리도 때로는 그들 삶의 여정을 간략히 설명해주기도 한다. 이미 알고 있었던 이야기도 있지만 이진경이나 신경숙의 이야기는 그들을 새롭게 보게 하기도 했다. 문소리에 대한 이야기도 처음 알게 된 것이지만 그녀에 대한 꼭지를 읽을 때는 그녀의 커다란 목청과 표정이 떠올라 낄낄거리며 읽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에 언급된 열한명의 이야기가 가감없이 적혀있어서 그 느낌에 대한 판단을 독자에게 넘겨주는 미덕을 발휘하지는 않는다. 전혜윤은 오로지 자신의 느낌과 생각의 흐름대로 인터뷰한 당사자들에게서 끄집어 낸 책들을 인용하며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엄밀히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라기보다는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라고 '느끼는 그녀의 이야기'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는 전혜윤이라는 사람이 쓴 이 책을 혹평하고 싶지는 않다. 그녀의 독서 에세이는 사실 훌륭하다. 내가 읽어본 책이거나 혹은 읽어보지 못한 책이라도 꽤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고, 수많은 책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전혀 괜한 허영과 과시에 빠져 뽐내고 있지 않다. 이 책이 '전혜윤의 독서 에세이'라고만 했다면 나는 별 다섯을 주었을 것이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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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lifewithu.egloos.com2008-08-15T15:47:220.3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