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옷을 입은 여인 -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박노출 옮김/브리즈(토네이도) |
19세기의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최고의 베스트 셀러가 된 불멸의 역작, 찰스 디킨즈의 극찬을 받고 아서 코난 도일이 작가가 되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책이며 최고의 추리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이것이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한 이유이다. 그런데 사실 뭐 19세기의 영국이라고 해도 그 시대의 특성이 선뜻 떠오르는 것도 아니니 당대 최고의 소설이라고 하는 것도 실감나지 않는다. 다만 찰스 디킨스라는 작가를 통해 짐작을 할 뿐이다. 그가 극찬하고, 그의 소설 판매량을 앞질렀다니.. 이런 책은 관심을 갖고 읽어봐줘야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단지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담고 있는 소설이기에 극찬을 받고 지금까지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는 것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는 것이다.
흰 옷을 입은 여인은 우연찮은 기회와 인연으로 리머리지 가의 자매에게 그림을 가르치게 된 월터 하트라이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하트라이트는 리머리지 가로 가기 위해 길을 런던을 떠나기 전 날, 늦은 밤에 길에서 우연히 흰 옷을 입은 여인과 마주치게 된다. 별다른 특별한 사건없이 그녀와 헤어진 후, 그녀를 쫓는 사람들에 의해 그녀가 정신병원을 탈출한 것으로 짐작이 되지만 그 사건은 리머리지 가에서의 생활에 묻혀 잠시 잊혀버린다. 그리고 이야기의 전개는 하트라이트가 그의 제자인 로라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약혼자가 있는 그녀를 떠날 수 밖에 없게 되고 그러한 그들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마리안의 이야기로 넘어가게 된다. 물론 이 줄거리는 이야기의 전개라기보다는 도입부분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수수께끼같은 사건을 던져놓고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솜씨가 정말 대단하다. 솔직히 글을 읽다보면 이야기의 전개가 전혀 예상밖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만큼 작가가 복선을 너무 세심하게 깔아놔버리기 때문에 - 작중 화자의 설명이 지나치게 친절한 탓이겠지만 - 많은 부분이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결코 이야기가 지루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의 책읽는 속도가 너무 느려터져 이야기의 진행을 빨리 따라가지 못해 답답했을 지경이다. 이 책을 읽기 위해 중요한 약속을 취소해버렸다는 이야기의 진실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이야기가 지루할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솔직히 인간적으로 엄청나게 긴 분량이 조금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간혹 책을 읽다가 급박한 전개에 흥분되면 책을 양손에 쥐고 읽는 버릇이 있는데, 이 책만큼은 그걸 포기하고 얌전하게 책상위에 올려놓고 읽어야 했을 정도의 책 무게가 그걸 말해준다. 그렇지만 이 책을 그냥 트릭을 해결하는 추리소설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면 아주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에 있어서 중심 인물은 월터 하트라이트일수도 있지만, 내가 볼때는 동생에 대한 헌신과 친구에 대한 우정으로 용감하게 지혜를 발휘한 마리안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것은 여성의 순종적이고 나약하며 감정적인 이미지를 깨뜨리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문제의 해결을 해 나가는 모습을 통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당시에는 당연하게 여겨졌었던 신분제의 모순과 헛점, 재산 상속권의 문제, 결혼제도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나약한 인간존재, 이기적이고 욕심많은 인간상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것들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는 것이다. 한가지 더 재미있었던 것은 저자의 친절함으로 인해 사건의 전개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증언자의 기록의 형태로 서술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 부분을 읽으면서 이미 비열한 악인으로 판단이 가는 등장인물에 대한 정반대의 설명을 읽다보면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잠시 헷갈리기도 하는 것이다. 사실대로 이야기하자면 중반쯤 그 이야기를 읽을 때의 내 메모는 '자신의 이해요구에 따른 거짓된 행동이, 그 이해관계를 모르는 제3자의 관점에서 보면 다른 내용으로 느껴질 수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부분이 또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 그러니까 재미있어서 다섯번이나 읽어봤다는 핏츠제럴드의 말이 실감난다. 책을 방금 다 읽었는데 다시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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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lifewithu.egloos.com2008-08-11T08:59:36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