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시 -  박재은 지음/지안 |
이 글을 쓰는 지금 시간은 열한시 십오분. 오늘 저녁은 퇴근 후 일이 좀 있어서 김밥으로 떼우고 집에 와서 귤 하나와 우유 한잔을 마시는 것으로 끝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코 모자라는 식단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리 허전한 것일까? 5월의 날씨답지 않게 추워서 콧물이 나오고 슬슬 배가 고픈듯한 느낌이 오는 이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뭘 할까... 생각하다가 옆에 얌전히 놓아둔 '밥시'를 집어들었다. 책은 이미 열흘쯤 전에 다 읽었지만 새삼 글이 맛깔스럽게 다가온다. 쓰읍~하고 입맛을 다셔보지만 나는 그녀처럼 맛난 글과 행복한 요리를 할 자신이 없어 이내 조금 좌절하는 기분을 맛보고 있을뿐이다.
나는 밥시를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었다. 맛깔스러운 글과 요리에 대한 글 때문에 그렇기도 했지만 왠지 내 마음도 행복으로 가득해서 뿌듯한 포만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음식에 얽힌 문화이야기뿐만 아니라 관계를 맺고 있는 지인들과의 만남,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모두 한데 어우러져 잘 버무려져서 박재은의 행복조리법으로 지은 밥시를 맛보는 동안 느꼈던 그 포만감을 떠올리니 갑자기 허전함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멋지고 폼나고 뭔가 있어보이는 요리를 하나 정도는 할 줄 알아야 되는거 아냐?,라는 강박관념을 슬쩍 담고 있는 내게 밥시는 '한술 밥'이 어떻게 아름답고 훌륭한 시가 될 수 있는지 가르쳐주었다. 소박하게 김치 하나만을 볶아서 옛김에 돌돌말아 손에 쥐어 먹게 되어도 왕후의 밥상이 부럽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아마 오늘 저녁 늦은 시간에 이리 허전하게 느껴진 이유는 대충 떼우기 위해 먹은 김밥 한 줄이 단지 판매만을 위해 급하게 후다닥 말려 내 손에 쥐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우연이었을까? 김밥 한 줄이 허전해 다시 한줄을 꺼내들었지만 결국 다 먹지못해 옆친구에게 떠넘기려 했더니 '우리 엄마가 만든 김밥이 최고 맛있는데...'하며 싫은 표정을 짓는다. 아, 그래. 나도 우리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는 김밥이 최고로 맛있다고 알고 있는데...누구나 어머니의 음식은 그런건가보다. 그러고보니 고기 한톨 들어가지 않고 김치랑 두부를 넣어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는 이북식 만두가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고, 언젠가 올케언니도 어머니의 만두맛을 내보려고 했지만 도무지 그 맛이 안나 오빠가 그닥 좋아하지 않더라는 얘기를 했었더랬지. 한술 밥이 시가 된다는 것은 이런걸 이야기하는 것 아닐까?
이야기 하나하나가 정성이 들어간 맛있는 요리처럼 느낌과 감동이 다르면서도, 그 맛에 반해 자꾸만 먹게 되는 요리처럼 한꼭지 한꼭지 밥시를 읽다보면 글의 매력에 포옥 빠져버린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할아버지를 추억하며, 할아버지와 함께 사먹으러 가던 추어탕집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요리를 해야만, 내가 한 요리가 맛있어야만 누군가를 대접하고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수 있을것이라는 나의 선입견을 버리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고 그 함께 한 시간을 행복하게 추억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밥시의 행복조리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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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lifewithu.egloos.com2008-05-27T00:26:060.3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