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방법
책을 읽는 방법책을 읽는 방법 - 10점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문학동네

"... 독자 역시 읽다가 지쳤을 때는 당연히 책을 덮어야 한다. 억지로 읽으려고 해봤자 절대로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들어오기는커녕, 피로와 불쾌감은 내용 자체를 왜곡시켜버릴 것이다"(198)

그러니까,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이 인용문을 먼저 끄집어 내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봐야한다. 그의 그 유명하고 훌륭하다는 작품을 다 제끼고 왜 하필이면 이 책을 그를 접하게 되는 첫 작품으로 집어들었을까..하는 후회가 마구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왠지 모르게 이 책을 읽을 대상은 책을 읽어제끼는 우리가 아니라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책과 연필을 손에 꼬옥 쥐어줘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했다. 아니, 그렇다고 이 책이 학습서라는 뜻은 아니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책을 천천히 즐기면서 읽으라고 한다. 읽고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음미하고 음미하고 또 음미하고 저자가 행간에 숨겨 둔 뜻을 잘 찾아내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 말이 백퍼센트 맞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런 책읽기를 즐기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저자의 의도에 맞게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나는 평론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 읽기 위해' 책을 펼쳐들뿐이다.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번역서도 아니고 현대작가의 소설을 읽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던 일이 생각난다. 나는 그 소설속 주인공들이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봤지만, 한참 열애중이던 친구는 책을 읽으며 주인공 연인이 데이트 하는 모습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분명 같은 책을 읽었지만 서로 느낀 것은 전혀 다른 두 책이라고 해도 될만큼 달랐던 것이다.
그 소설에서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나와 내 친구가 느꼈던 것 중 한사람만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깨달았던 것일까? 아니면 둘 다 맞는 것일까?

천천히 즐기면서 책을 읽는 것도 맞고,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 숨겨져 있는 깊은 뜻을 찾아가면서 책을 읽는 것도 맞는 말일 것이다. 매력적이고 창조적인 오독의 발견은 슬로우리딩이거나 스피드리딩이거나 혹은 건너뛰기이거나 어떠한 책읽기의 형태든 생겨나기 마련이라 생각한다. 사실 어쩌면 매력적인 것 까지는 잘 모르겠고, '창조적인' 오독의 발견은 아마도 간혹 문제가 되는 몇몇 번역서에서 가장 빛을 발하지 않을까 싶다. 모든 독자가 원서를 읽을 수 있는 현실이 아니기에 번역서를 읽어야하는데, 번역자의 '창조적인 오독'은 독자가 아무리 천천히 글을 잘 읽더라도 작가의 의도를 원천봉쇄당하는거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읽는 방법'은 어디까지나 그 본인이 느끼고 생각하는 책읽기의 방법일뿐이다. 방법적인 측면에서 하나의 방향제시를 해 준다는 느낌이었다면 그런대로 이 책의 가치를 좀 더 높였겠지만, 내가 말하는 책읽기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거짓이다 라는 걸 단정지어 말하는 듯 하여 괜히 심술이 나 점수를 깎아버린다.
내 생각에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읽는 방법'은 책읽기를 싫어하거나 책읽기에 익숙하지 않다거나 책을 어떻게 하면 잘 읽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기는 하다.




http://lifewithu.egloos.com2008-05-09T00:52:280.31010
by island | 2008/05/09 09:52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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