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거타임 -  오가와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문학수첩북앳북스 |
'추위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꼼짝 않고 보고 서 있으면, 그 오로라를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어. 서늘하지만 넓고 매끄럽고 기분 좋은 그 빛의 막에 온몸이 푹 싸이고 싶다는 생각이 미치도록 들지. 그래서 양손을 하늘을 향해 힘껏 뻗는 거야. 하지만 오로라를 잡을 수는 없어.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맑고 투명하니까. 갈 곳 없는 양손은 허무와 허공만 헤맬 뿐이야'(171-172)
아마도 나는 '달콤한'이라든가 '설레임'이라든가 '가슴 아린' 사랑이야기나 청춘이야기에 푹 빠져들지 못하나보다. 슈거타임을 읽고 있으면 도대체 가오루, 그녀의 일상은 왜 이래? 한낮의 활기를 찾기 위한 티타임이 아닌 불안정하게 늘어지는 병약한 청춘을 보고 있는 것 같아버리고 있으니 말이다. 결코 빠르지 않고, 오히려 답답함을 느낄만큼 느릿느릿 풀려나오는 그녀의 일상은 기묘한 식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코 평범함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아, 어쩌면 그래서 이건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지나쳐가게 되는 청춘의 슈거타임인 것인지도.
책의 시작은 '한3주일 전부터 나는 기묘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이지만 책의 광고 문구는 '나는 달콤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로 바뀌어있다. '기묘한'과 '달콤한'은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은가. 어쨌든 나,인 그녀 가오루는 언젠가부터 이상한 식욕으로 음식을 끝없이 먹는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다는 것은 단지 생존을 위한 열량의 섭취가 아니라 정신적인 허기를 뜻하는 것이리라. 뭔가에 충족되지 못하는 듯한 허기짐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녀의 일상에는 충격적인 변화라거나 실연의 아픔이 있어보이지도 않는데 말이다.
"... 오랜 시간 나는 줄곧 기다렸다. 그것은 숨막히고 가슴 아픈 시간이었다. 나는 몇번이고 뭔가에 매달리려고 하는데, 힘을 주는 순간 그것은 어둠에 녹아 버린다. 나는 손바닥 안의 공백을 바라보며, 손가락 끝으로 평온한 온기가 전해지기를 슬픈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103) 그녀는 그렇게 풋풋한 청춘이 아니라 끝없는 인내와 기다림의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한다. 그런데 왜 슈거타임인 것인가? 그것은 청춘을 보내는 한 시절의 사랑방식은 설탕과자처럼 달콤하고 화사하고 세상을 빛나게 하지만 달콤함을 맛보기도 전에 녹아 흐물어져버릴수도 있기 때문일까? 기묘한 식욕에 대한 기묘한 일기 이야기로 시작된 가오루의 이야기는 신체적 성장을 멈춰버린 동생 고헤이와의 저녁식사 이야기에서 비로소 포만감을 느끼며 그녀의 이야기는 끝을 향해간다. 싸구려 와인과 보잘것없는 식탁이지만 그녀가 멋진 식사와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은 여전히 그녀는 슈거타임을 보내고 있으며, 그녀를 반짝이게 하고 있는 것일지도.
"설탕 과자처럼 부서지기 쉬워서 더욱 사랑스럽고, 그러나 너무 독점하면 가슴이 아파지는 것.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란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닐까?"(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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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lifewithu.egloos.com2008-04-03T14:37:040.3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