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 빛의 일기
사임당 빛의 일기 - 하사임당 빛의 일기 - 하 - 10점
박은령 원작, 손현경 각색/비채

사임당, 빛의 일기가 이런 내용인 줄 알았다면 진즉에 드라마를 볼 걸 그랬다 라는 생각을 잠시했다. 솔직히 신사임당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그녀의 생애에 대해 그리 큰 관심도 없었다. 그리고 당연히 이 이야기는 아무리 드라마로 각색을 한다고 하더라도 신사임당의 생애와 깊은 관련이 있을거라고 생각을 했고. 그런데 책을 펼쳐보니... 과연 이걸 신사임당의 이야기라 해도 되는걸까, 싶은 생각이 든다. 시공간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신사임당의 이야기와 현재의 한국미술사 강사인 지윤의 이야기가 교차되고 있는데 이야기 자체만으로는 무척 흥미롭고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궁금해질만큼 재미있기는 하지만 이 이야기를 왜 굳이 신사임당과 연결시켰을까,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나처럼 신사임당에 대해 무지하지만 그녀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올리려 한 것일지.

책을 읽으며, 흔히 현모양처로만 알려져 온 신사임당의 생애에 대해 관심이 생기고 더구나 그녀가 남긴 작품들이 궁금해졌으니 그렇다면 작가의 의도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그저그런 사극이야기겠지, 라는 생각에 책을 술렁거리며 읽은 것은 사실이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현재의 지윤과 과거의 사임당이 만나는 초현실적인 장면 역시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런 지엽적인 것이 이 소설의 이야기를 재미없다 할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런 초현실적인 연결고리 없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른 매개체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은 해 보지만 말이다.


얼마전 티비 프로그램에서 신사임당 이야기를 하며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이 이이의 어머니로만 설명되어 있다고, 심지어 사임당이 기거하던 방 앞에 있는 설명조차 이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며 흥분하는 모습을 봤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저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만 알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임당, 빛의 일기를 통해 나는 사임당이 어머니로서만의 모습을 강조하며 현모양처라는 것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녀 자신이 자신의 삶의 주체로 살아갔으며 또한 예술가로서의 모습도 알게 되었다. 타인을 배려하고 가진것없이 내쫓겨 떠도는 유민들을 위해 그들과 같이 고려지를 복원해 만드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이 소설의 거대한 줄기는 이겸과 신사임당의 애절한 사랑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보다는 강직하게 삶을 이끌어나가는 사임당의 모습이 더 좋다.

역사속의 사임당을 그대로 재현해낸 것은 아니지만 과거 조선 시대를 살아갔던 한 여인의 존재가 수동적이고 운명에 순응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당당하게 살아온 주체임을 느끼게 하고 있어 좋았다.





http://lifewithu.egloos.com2017-07-13T08:11:310.31010
by island | 2017/07/13 17:11 | 트랙백
서술트릭의 묘미! 모방살의

'모방살의'라는 제목의 서술트릭 추리 소설이라고 하니 왠지 처음부터 긴장하고 책을 읽게 된다. '서술 트릭'이라고 하면 글 행간에 감춰져 있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다른 서술트릭 소설을 읽으면서 깨우쳤기 때문이기도 한데, 사실 아무리 신경을 곤두세우고 읽어봐도 명백하게 이야기의 진상을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 그저 어렴풋이 '그것'에 트릭의 함정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뿐.

 

모방살의는 '사카이 마사오'라는 인물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의 죽음이 타살인지 자실인지를 밝혀나가는 이야기이다. 물론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은 잠금장치가 되어있고 문 안쪽으로 걸림쇠까지 걸려있는 밀실 상태에서 창문밖으로 뛰어 내려 자살한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더군다나 밀실상태인 그의 집 안에는 마시던 사이다에서 청산가리가 검출되었고 그의 방 휴지통에서 청산가리를 담았던 종이봉투가 버려져 있었으니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은 명백히 자살로 판단된다.

추리소설 신인상을 받고 차기작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던 사카이 마사오는 마침내 기고한 소설이 잡지에 실리게 되었는데, 그 소설작품은 표절한 것으로 밝혀지고 그러한 사실이 공개되는 것이 두려워 자살한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 되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모방살의'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밝혀내려고 하는 두 사람, 그의 연인이었던 나카다 아키코와 잡지에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살인사건에 대한 리포트를 기고하는 쓰쿠미 신스케가 서로 각자 사카이 마사오의 행적을 따라가며 조금씩 진실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는데...

 

줄거리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면 이 글에서도 왠지 서술 트릭을 집어넣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딱히 꼬집어 모든 진상을 다 알았다, 라고 할수는 없지만 대략적으로 어떤 분위기로 이야기를 뒤섞으면서 교묘히 교차점을 숨기고 있는지는 집중해서 읽으면 대강 눈치를 챌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미 예전에 이런 서술 트릭 소설을 읽었었기 때문인 것이지 결코 이 소설이 헛점투성이이거나 너무 쉽게 알아챌 수있는 트릭을 담고 있기때문은 아니다.

처음 출간 후 개정판을 내면서 내용을 수정보완했다고는 하지만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 나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짜임새 있게 쓰인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다 읽고나면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 읽어보게 되고, 어렴풋이 이 부분이 이상했는데 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부분에 교묘한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며 즐거워하는 작가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어있다가 사카이 마사오라는 사람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사건의 진상이 다 밝혀지면서 단숨에 많은 부분이 깔끔히 정리되는 그 순간, 느끼게 되는 일종의 쾌감을 직접 느껴보시길.

 

 

 

 

 

 

 

by island | 2015/09/04 10:22 | 일본소설 | 트랙백
꼭 필요한 베스트 영문법 68
꼭 필요한 베스트 영문법 68꼭 필요한 베스트 영문법 68 - 8점
김대운 지음/토마토

며칠 전에 친구가 영어로 쓰여진 문서를 들고와서 좀 봐달라고 했다. 아니, 왜 영어문장이 맞는 것인지 나보고 봐달래? 당황해서 잘 모른다고 돌려보냈지만, 사실 지금도 그때 상황을 생각하면 좀 웃긴다. 나도 영어를 잘 못하지만 그래도 기본 문법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영작문을 보면서 문법적으로 맞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고 하다니. 그 친구가 아무래도 표현이 이상하다며 뭔가 빠진 것 같아서 has를 넣었다고 하는데, 그 문장에서 주어 다음에 썼던 단어는 자동사니까 그 자체로 동사 역할을 하면서 완전한 문장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이상해서 has를 써넣었다고 하니 뭐라 말을 못할수밖에.

예전에 잠깐 회화학원을 다닐때도 일상회화는 원어민 강사와 막힘없이 술술 잘 말하는 어린 친구가 있었는데 가만히 듣고 있으면 3인칭 동사, 동사의 단수와 복수형 등을 엉망으로 말하고 있었다. 사실 나 역시 실수를 잘 하는데다 습관적으로 관사를 붙여야 하는 것도 자주 까먹는 처지라 남의 실력에 대해 뭐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유창하게 대화를 나누는 그 어린 친구가 그닥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는 물론 왠만한 자리에서는 그냥 넘어가기가 민망할만큼 기본적인 문장의 쓰임이 틀려서이다.


그런 친구들에게 이 책은 어떨까. 사실 `꼭!` 필요한 베스트 영문법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곧 달리 말하자면 기본중의 기본인 것을 말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 책은 영어의 원리 파악에 중점을 두고 영문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쓰여졌다. 그런데 대부분 영문법이라고 하면 문장의 형식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이 책은 문장의 구성요소와 품사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영어는 도무지 공부를 하려고 모르겠다고 말했던 한 친구는 처음 배울 때 주어, 부사, 형용사... 이런 것들이 뭘 말하는지 몰라서 처음부터 이해가 안돼 공부가 싫어졌다고 했는데 그 말뜻을 몰라 공부하기 힘들었다는 것이 이제는 이해가 된다. 이 책에서는 정말 최소한의 간략한 설명으로 그 내용을 정리하고 있는데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넘어가면 영어에 대한 이해가 쉬워진다. 영문법의 기본을 정리하기에도 편리하고 기초가 필요한 사람에게 기본부터 하나씩 짚어주며 공부하기에도 좋을 듯 하다.

회화가 강조되면서 문법이 조금 경시되는 경향이 있기도 한데, 영어 문장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문장의 구조를 알아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문법을 알야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 문법의 기본적인 시작을 이 책으로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http://lifewithu.egloos.com2014-03-21T03:22:080.3810
by island | 2014/03/21 12:22 | 트랙백
물방울
물방울 (양장)물방울 (양장) - 10점
메도루마 슌 지음, 유은경 옮김/문학동네

˝나는 오키나와에서만 쓸 수 있는 문장을 쓰고 싶다. 신화, 전설, 역사, 현실의 정치가 얽힌 복잡하고 환상적인 소설을, 오키나와 역사를 근거로 쓰고 싶다.˝

메도루마 슌의 이 한마디 말은 그가 쓴 소설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오키나와가 단순히 일본의 영토라는 것만 알았을때는 물론 이런 말이 와 닿지 않았겠지만 제주 강정 마을의 해군기지 문제가 불거져나왔을 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가 오키나와의 미군철수 운동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부터 오키나와에 대한 관심이 커져갔다.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에서는 전투가 없었는 줄 알았는데 유일하게 지상전이 있었고 오키나와에서 수십만이 사망했다는 이야기는 뜻밖이었다. 전쟁도발국인 일본에서 전쟁의 피해를 말하는 것은, 나치 독일이 유태인에게 자행한 학살을 뒤로 미뤄두고 독일국민들의 전후 비참한 생활상을 가엾이 여기는 것과 같은 불편함으로만 인식되어왔었는데 오키나와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이 소설들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조금 거창하게 말한다면 반전반핵평화를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이 되겠다.

사실 오키나와에서의 전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일제시대에 일본군이 제주를 병참기지화하기 위해 제주의 이곳저곳에 굴을 파 놓은 것은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슬포의 비행장터, 바닷가의 절벽에 인공동굴을 만들고 커다란 위장용 바위문을 만들어놓은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 더구나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거문오름에도 일본군의 흔적은 남아있다. 거문오름을 오르면서 만일 일본의 계획대로 되었다면 오키나와가 아니라 제주도가 전쟁터가 되었고 핵폭탄이 터지게 되는 전쟁터의 최전선이 되고 제주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친구는 나의 이런 비약적인 상상을 어이없다며 웃어넘기지만, 제주 앞바다의 이어도에 대한 중국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설립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웃고 넘길 수 있는 상상만은 아니라는 심각성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제주의 역사와 오키나와의 역사는 같다고 할 수 없지만 그 특수한 환경과 생활, 역사적 사건들을 생각해보면 좀 닮은 꼴이라는 생각을 해보곤했다. 독립된 국가였다가 일본으로 귀속된 오키나와는 미국과의 전쟁 후 미국의 영향아래 놓여있게 되고 일본 본토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주둔하고 있는 미군과의 갈등과 마찰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범죄와 악행이 드러난 사건들을 떠올려본다면 오키나와에서의 실상도 그리 다르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메도루마 슌의 소설들은 실제의 전쟁에 대한 참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전쟁이 실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그 행간에 의미가 뚜렷이 드러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방울`은 어느 날 갑자기 다리가 부어오르면서 엄지발가락 끝에서 끝없이 물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병명은 커녕 이유도 알 수 없고 물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데, 도큐쇼의 눈에는 보이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병사들이 찾아와 그의 발에서 흐르는 물을 받아마시며 갈증을 해소한다. 그 병사들은 전쟁당시 퇴각을 할 때 동굴에 버려지듯 남겨진 이들이었다. 그들은 밤마다 찾아와 물을 마시며 살아가고 있고, 도큐쇼의 친척 세이유는 낮에 흐르는 물을 받아 기적의 물이라며 사람들에게 판매를 하며 살아간다. 이 기상천외한 이야기의 전개는 뜻밖의 결말을 맞게 되는데...
이야기의 전개도 독특했지만 전후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는 이의 고통과 죄의식이 조금은 해학적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 책에 함께 실려있는 `바람소리`와 `오키나와 북리뷰`를 통해서도 전쟁의 비극은 끝나지 않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주고 있는데, 전후 살아남은 자의 고통과 죄의식뿐만 아니라 전쟁이 허망함과 비극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그리고 메도루마 슌이 `오키나와에서만 쓸 수 있는 문장을 쓰고 싶다`라는 말을 하고 있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은 더 느낄 수 있게 된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눈앞에서 펼쳐지던 참극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증언이란 무엇일까. 하나의 거대한 흐름에 몸을 실었다가 가로놓인 바위에 부딪힌 무수한 사람들의 삶의 국면이 언어로 정착되어 복원된것. 그것은 역사의 무수한 단편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하나하나가 나를 붙잡고 놓지 않는 것은, 거기서 숨 쉬고 살면서, 당하고, 상처받고, 분노하고, 슬퍼하던 사람들의 아비규환이 또렷하게 되살아나기 때문이리라˝





http://lifewithu.egloos.com2014-02-15T04:27:370.31010
by island | 2014/02/15 13:27 | 트랙백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시대, 유신
유신유신 - 10점
한홍구 지음/한겨레출판

이 책을 이렇게 빨리 읽어 볼 생각은 없었다. 사실 우리의 근현대사를 보면서 마음이 꽉 막히는 듯하고 한숨을 내쉬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나는 그러한 암울한 역사를 자꾸만 되새겨보고 싶지 않다. 두번 다시 아픈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라는 결의를 다져야하는 것이 맞는 것이겠지만 나는 자꾸만 더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서 그런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내가 어쩌다 이 새롭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다시 되새기듯 읽고 말았을까.

얼마전 한권으로 읽는 대한민국대통령 실록이라는 책을 읽으며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우리의 현대사를 간략히 정리하게 되었다. 그런데 역시 아직도 그 역사적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현대사는 뭔가 속시원히 모든 것을 다 까발리면서 평가할수는 없는 것이라는 한계를 여실히 느낄수밖에 없었다. 그런 아쉬움때문에 더욱더 유신을 빨리 되새김질하고 싶었던 것일까? 물론 그래서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한겨레에 연재되면서 간헐적으로 읽다말다 하던 원고가 아니라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나온 글들이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1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어떻게 느껴지게 될까가 더 궁금해서 이 책을 이렇게 빨리 집어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유신의 시대를 알지 못하는 - 물론 나 역시 그 시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 지금의 어린 친구들은 또 나의 느낌과는 달리 어떠한 것을 생각하게 되는지 궁금해서이다. 내가 먼저 빨리 읽고 되도록 많은 젊은 청년들에게 선물로 뿌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들이 지금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실천했으면 하는 소망을 담고서말이다. 아, 그런데 유신의 시대는 역시나 쉽지가 않았다. 금세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이 책을 열흘은 넘게 들고다녔던 것 같다.

˝유신이 되살아났다.
역사가 한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소극으로 두 번 되풀이된다는 말은 역사란 것이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또 무언가 같은 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달라진 점을 정확히 포착하여 비극이 두 번 되풀이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새 세대의 몫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 이 책은 이 시대착오의 나날을 견뎌내고 보다 나은 오늘을 누려야 할 젊은 세대에게 유신시대를 제대로 장송하지 못한 세대에 속한 역사학도가 드리는 미안한 마음이다˝
저자의 말은 또한 우리들 자신의 말이기도 할 것이다.

사실 나는 그 시절, 그 시대가 얼마나 끔찍한 암흑이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전설처럼, 그러니까 어찌 한 세대가 지나가지도 않은 그 과거에 자유도 없었고 민주도 없었고 평등도 없었다라는 말은 전설속의 이야기에서나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겠는가. 무법천지인 중세의 암흑기에서나 사법살인이 일어나는 것이고, 우리가 배웠던 무지몽매한 야만인들이나 저지르는 일들이 이성과 지성을 가진 우리의 부모 세대에게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유신은 한국현대 정치사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들을 총체적으로 알 수 있다. 오래전부터 이런 저런 자료를 통해, 책을 통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들이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되어 나왔다는 생각에 그리 새로울 것은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우리의 아픈 현대사를 돌아보는데 어찌 새로움이 없을 수 있으며 답답함과 먹먹함, 또한 부끄러움이 없을 수 있을까.

이제 나는 긴말이 필요없이 그저 이 한권의 책을 건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 사회가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것이냐, 박정희의 망령이 인도하는 과거로 돌아갈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의 뿌리나 줄기가 되는 시대를 돌아 볼˝것이며 ˝유신과 대결하며 자기를 헌신한 선진들은 형언할 수 없는 감사의 대상이요, 오늘날 이만큼이라도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것은 전적으로 그들의 희생의 대가˝임을 알아야 할 것이며 이 시대를 넘어 자유, 평등, 평화의 시대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고 할 수 있는 그들에게.



http://lifewithu.egloos.com2014-02-09T04:58:450.31010
by island | 2014/02/09 13:58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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